김규환 명장의 감동적인 이야기
이 글은 24,612개의 독자적 신기술 제안 건수를 기록하고, 국제 발명특허를 62개나 보유한 사람으로서 심청가 완창 능력까지 갖춘 대우중공업의 김규환 명장에 관한 기록입니다.(현재는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천안 공장에서 그가 강의한 내용을 녹취한 글이라 문장으로 옮기기 위해 중간중간 표현에 수정을 가한 곳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 최소한의 수정만 가하도록 했습니다. 그의 감동적인 자전적 술회는 인간 승리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
저는 5대 독자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조실부모 하고 일가친척 하나 없이 여동생 하나와 달랑 천애고아가 되었습니다. 그때 내 나이 겨우 열다섯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던 내가 졸지에 소년가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배운 기술이라고는 전무한 나였지만 기묘한 인연으로 인해 25년 전 대우 중공업에 사환으로 발을 들여놓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땅 쓸고 물 나르는 일로 회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했던 내가 이제는 국가훈장 2개, 대통령 표창 4번, 발명특허 대상인 장영실상을 5번 받았고, 1992년 초정밀 가공분야 명장(名匠)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이제 내가 어떻게 하여 대한민국에서 상을 제일 많이 받은 기술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명장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고 말합니다. 나는 대신 '용기를 잃으면 다 잃는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혹시 배고픔을 경험해본 적이 있습니까? 한 끼만 굶어도 무슨 난리라도 난듯 법석을 떠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틀을 굶게 되면 한여름 무더운 땡볕 아래에서도 땀이 나지 않습니다. 사흘을 계속하여 굶는 경우 구토를 하다가 토하기 시작합니다. 나흘을 계속 굶게 되면 똥오줌 구분도 못하고 먹을 만한 것은 보이는 대로 먹어 치웁니다. 내가 직접 경험했기에 그대로를 말합니다.
때로 너무나 춥고 배가 고파서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린 여동생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매일 어린 여동생을 안고 구걸을 해서 겨우 생명을 부지했습니다. 구걸하다가 ?겨나기도 하고 논두렁에 곤두박질쳐서 이마가 찢어져 피를 철철 흘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신문을 보고 거기 쓰인 글이 무슨 뜻인가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그것은 '대우가 가족을 모신다’라는 광고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대우라는 사람도 나처럼 외로워서 가족 모집을 하는 구나. 세상에 별의별 광고도 다 있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사원을 채용한다는 말인 줄 알고, 무작정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회사 입구에서 수위는 나에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나를 ?아냈습니다. 상거지 꼴을 한 내가 기를 쓰고 들어가려 하니 수위는 닥치는 대로 뺨을 때리고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죽을 각오로 버티다가 한 시간을 죽도록 얻어맞았습니다. 이때 한 임원이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고 수위에게 '이 무슨 행패야? 좀 거둬줘' 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사람들에게 '거둬주다' 는 말의 뜻은 '보살펴서 밥 한 끼라도 먹여 보내다' 정도인데 경상도에서는 ‘도와주되, 식구처럼 받아주라'는 의미로 통합니다. 그때 나를 개 패듯 했던 수위가 경상도 사람이라 '채용해서 써라'는 말로 이해하고 당시 서두칠 부장에게 그 임원이 나를 데려다 써라 했다고 전했습니다. 입사자격은 턱없이 미달하는데다 면접에서도 낙방했지만 일단 잡역부로 받아줬습니다.
사환으로 입사한 나는 자발적으로 매일 아침 5시면 출근했습니다. 이러던 어느 날 아침에 당시 사장님이 나에게 왜 이렇게 일찍 나오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선배님들을 위해 미리 나와 기계 워밍업 시킨다고 대답했더니 다음날 기능공으로 일할 기회를 주시더군요.
2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아침 5시에 출근하였습니다. 또 우연히 사장님께서 보시고 같은 질문을 하시기에 똑같이 대답했더니 다음날 반장으로 승진을 시켜주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어떻게 하여 정밀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불리게 됐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쇠를 가공할 때 온도가 1℃ 변함에 따라 쇠의 모양이 그에 따라 변하는 정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제가 밝혀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걸 모르면 이와 관련된 정밀 작업은 수행하기 불가능 합니다. 제가 답을 알아보려고 국내 모든 자료실을 샅샅이 뒤졌지만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장 바닥에 모포 깔아놓고 2년 6개월간 그 자리에서 먹고 자며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마침내 재질, 모형, 종류, 기종별로 X-bar값을 구해내어 온도가 1℃ 변함에 따라 쇠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온도치수 가공조견표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기술공유를 하려는 의도로 산업인력관리공단의 '기술시대'란 책에 연구 내용을 기고했습니다. 그러나 내 연구 결과를 책에 실어주지 않더군요. 그러다 어느 날 해당 공무원 3명이 갑자기 회사로 들이닥쳤습니다. 회사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한 줄로 알고 온통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제출한 자료가 기계가공 분야에서 일대 혁신을 몰고 올 신기술로 분류되어 이런 극비 자료를 공개된 잡지에 실을 경우 일반인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알게 될 것이므로 노동부장관의 특명으로 나를 직접 모시러 왔다는 겁니다. 장관 曰 '이것은 일본도 모르는 기술이오. 만일 이런 식으로 공개되면 일본에서 베껴 갈 게 분명합니다. 엄청나게 귀중한 기술 자료입니다.'
저는 절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국가기술자격 학과에 응시하여 9번을 연속 낙방했습니다. 1급 국가기술자격 고시에는 6번 낙방했으며, 심지어 2종 보통 운전면허 시험에도 5번 낙방한 사람입니다. 너무 창피해서 이왕 떨어질 거라면 1종 면허 시험을 쳐서 떨어지자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였습니다. 계속 도전한 끝에 4번 미역국을 마시고 5번 만에 겨우 합격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저를 새대가리라고 비웃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1급 자격증 최다보유자는 다름 아닌 바로 접니다. 제가 이렇게 된 비결을 아십니까? 그것은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것 없다는 저의 생활신조 때문입니다.
제가 일을 배울 수 있게 된 계기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어느 날 무서운 선배 한 분이 나에게 하이타이로 공장의 기계를 죄다 닦으라는 일을 주시더라구요. 사실 기합으로 내린 명령이죠. 저는 주저 않고 모든 기계를 다 해체한 후 하이타이로 깨끗이 닦았습니다. 총 2612개의 기계를 모조리 다 해체까지 하여 닦은 겁니다. 이런 식으로 6개월 정도 일을 하는 사이에 저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지더군요. 처음엔 모두 나를 '야 이 새끼야'라 불렀는데 이즈음에 이르러서는 '김군'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더군요. 얼마 있지 않아서 저에게 서로 기계 좀 봐 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하며 수많은 기계를 모두 해체하고 조립하기를 거듭하다 보니 자연히 기계를 잘 알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저절로 저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뀔 뿐 아니라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난생 처음 보는 기계를 뜯어내어 물을 붓고 닦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그게 컴퓨터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사고를 치게 된 거죠. 그때 '알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지 않고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회는 절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오직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오며 성공은 그 결과입니다. 저는 현재 5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학원이라곤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외국어를 배운 방법은 이렇습니다. 저는 절대 과욕 부리지 않고 천천히 하루에 1문장씩 외웠습니다. 집 천장, 벽, 식탁, 화장실문, 사무실 책상, 가는 곳마다 외국어 문장을 쓴 종이를 붙이고 지나갈 때마다 읽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한 결과 회사에 외국인이 내방하면 외국어로 설명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5개국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기회가 저에게 절로 찾아온 적은 없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기에 기회를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진급이나 돈 버는 것 모두 자기 노력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공연히 불평하기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항상 준비하는 자는 부러워 할 게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에 배 아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노력을 하십시오. 의사, 박사, 변호사 다 노력의 결과입니다. 이 사람들 모두 남 모르게 많이 노력한 분들입니다.
의문이 생길 때 하루 종일 쳐다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옵니다. 저는 제안 24,612건, 국제발명특허 62개를 받았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건 무엇이라도 개선하려 합니다. 하루 종일 쳐다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오더군요. 가공기계 개선을 위해 3달간 계속 고민하다 보니 뜻밖에 꿈에 그 해결책이 나타나 이루어 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는 새로운 자동차 윈도 브러시도 발명했습니다. 유수한 자동차 회사에서도 이런 거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발명하게 된 동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포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윈도 브러시가 문제를 일으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 후 자나 깨나 개선 방도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물을 가르고 나아가는 장면을 보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대우자동차 김태구 사장님에게 말씀 드렸더니 내 제안대로 생산되는 윈도 브러쉬 1개당 100원씩 로열티를 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약속을 받고 오는 길에 고속도로와 길가의 차를 볼 때마다 한 대당 100원이란 생각을 하니 모두 돈으로 보입디다. 돈은 어느 곳에도 있습니다.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돈이 사람을 찾아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종교를 가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종교가 있습니다. 저는 제가 다니는 회사를 종교처럼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저의 종교는 대우중공업敎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대우 깃발이 꽂혀 있고 식구들 모두 아침 밥 먹고 그 깃발 앞에 서서 기도합니다. 저는 하루에 두 번 기도합니다. 아침에 이렇게 기도하고 회사 정문 앞에서 또 한번 기도합니다. 기도 제목은 이렇습니다. '나사못 하나를 만들어도 최소한 일본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회사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 여사원 한 사람이 받는 연봉이면 쌀 100가마를 살 수 있습니다. 농부가 일 년에 100가마의 쌀 소출을 얻으려면 얼마나 힘들게 일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게다가 화사에서 학자금까지 주니 감사해서 회사를 업고 다녀도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은 삼성에 다니고 있으니 필히 삼성제품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심청가를 1000번 이상 들었습니다. 그 결과 완창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청가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돈의 노예가 되지 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의 인생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는 영화를 얻는다.' 현재의 힘들고 어려운 길을 피해 도망치지 않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여러분을 행복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예수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십시오.
여러분, 목숨을 거십시오.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것 없습니다. 내가 하는 분야에서 아무도 넘보지 못할 수준에 이르러 정상에 오르면 돈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자신이 이런 경지에 이르기만 하면 길가에 핀 꽃조차도 다 돈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나의 성공 원칙을 요약하면 아래의 3가지입니다.
1. 부지런한 사람은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
2. 준비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3.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위의 내용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1. 성실 :
어렵게 잡부로 채용된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출근에서 일을 했습니다. 당시 사장님은 5시 20분경에 출근했는데 청소하는 나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는 누구세요?'라고 되물었죠. 그랬더니 대답은 안 하시고 '지금 청소하는 것은 누가 지시한 일인가?'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시키긴 누가 시킵니까?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거죠.'라고 했더니 '음, 훌륭하군' 그러시더군요.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기능보조원으로 승진을 시켜주시더군요.
2. 준비
저는 늘 제일 먼저 새벽 일찍 출근해서 공장을 쓸고 닦았습니다. 그리고는 공장 뜰 한 쪽 구석에 도라지를 심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지나가면서 또 무슨 일 하느냐고 그러더군요. 저는 '그냥 도라지 심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심어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몇 달이 흘렀습니다. 미국에서 중요한 바이어가 우리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공장견학이 끝나고 곳곳에 심어져 있는 도라지꽃을 보고는 이 꽃이 무슨 꽃이냐고 물었습니다. 당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도라지'가 영어로는 무엇인지 몰라서 우물쭈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미국 바이어가 농담으로 ‘American star flower'라 부르더군요. 도라지꽃이 마치 미국 성조기의 별 모양을 하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더군요. 그리고 그날 수백만 달러의 계약에 흔쾌히 응하고 가셨죠. 그러자 사장님은 내가 아주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나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죠.
제가 무학이란 사실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배우기로 결단한 결과 종래에는 바이어와 영어로 상담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5개 국어를 마스터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기회가 반드시 옵니다.
3. 목숨을 다하라.
이 부분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원하시는 목표가 있으면 미적지근하게 일하지 마십시오. 인생은 일하는 둥 마는 둥, 빈둥빈둥 허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는 모든 일에 목숨을 거십시오. 그러면 성취는 반드시 다가오고 맙니다.
저는 하루에 3시간 정도 잠을 잡니다. 보통 9시 경에 잠들어서 자정이나 새벽 1시경에 일어나서 6시까지 책을 읽고 아침에 출근합니다. 이제까지 제가 개발한 제품과 신기술은 700여 가지에 달합니다. 정말 목숨 걸고 내 인생에 충실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인정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인정하시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마지막 당부의 말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돈의 노예가 되지 마십시오. 지금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는 영화를 얻습니다.
*참고로 김규환 명장은 요즘 인기리에 여러 기업들에 초청받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1회 강의에 약 800만원의 사례를 받고 있습니다.
댓글0개